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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필드CC 대표이사
하지만 자연에는 '위기 뒤에 찬스' 보다는 '위기 뒤에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연을 다루는 그린키퍼들은 위기 뒤에 또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늘 염주에 두어야 한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다'는 말이 있다. 사전예방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말이다. 금년 8월에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와 온 나라가 호우 피해로 난리법석을 떨었다. 골프장도 예외없이 크거나 작거나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태풍에 대비해 미리미리 축대를 살피고, 비가 오면 얼른 현장을 살펴보고, 물고랑이라도 내면 피해가 없을 것을, 설마 하는 생각에 방심하다가는 큰 피해를 당하기가 십상이다. 막상 피해를 당하고 나면 미리 챙겼으면 하는 후회감 보다는 '비가 수백mm나 왔다'는 식의 천재지변의 핑계로 자기 위안을 삼거나 자기 게으름을 변호하기에 급급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전혀 다른 곳에서 연쇄적인 또다른 위기가 나타날수 있음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꽤 오래 된 얘기지만 필자가 근무한 D골프장의 사례가 지금도 생생하다.
초가을 아마 지금 이 시기 쯤이라고 여겨진다. 이삼일 집중호우로 법면 곳곳이 무너져 흙더미가 Fairway를 뒤덮어 영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기야 전 종업원에게 비상 동원령을 내리고 흙더미를 치우는 일에 전력을 집중하였다. 한 일주일간 흙과 싸우다 보니 Fairway에 약을 치는 일을 코스관리자가 깜박 놓쳤다. 아뿔사! 하루 아침에 전 Fairway에 병반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전에도 라지팻취가 조금은 있었지만 큰 라지팻취 병반이 일시에 번지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실기는 하였고, 호우 피해보다는 엄청난 라지팻취 피해에 클럽 이미지는 여지없이 실추되었다. 손임에게 오랫동안 큰 불편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이는 위기 뒤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예견치 못하였고, 설마하는 생각에 방심한 결과였던 것이다. 고온 다습한 날씨에는 잔디에 병이 올 수 있다는 지극히 간단하고 상식적인 이론을 모르는 그린키퍼는 없을 것이다.
눈앞에 나타난 위기 대처에 급급한 나머지 약을 쳐야한다는 사실을 놓쳐버린 실수, 무릇 코스관리자는 급할수록 무엇이 선이고 후이며, 무엇이 중요한가를 판단할 줄 아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기본에 충실하여야 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매뉴얼대로 깎고, 약을 치고, 비료를 주는 등 기본적 관리에 소홀해서는 결코 유능한 코스관리자가 될 수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지만 자주하는 실패는 남에게 피해를 주고 우둔한 돈키호테가 될 뿐이다.
위기 뒤에 위기가 올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자! 그린키퍼에게 늘 새겨 드리고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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