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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 교수
필자는 수차례에 걸쳐 잔디관리에 관련된 세미나 등을 통하여 부족한 교육을 하여온 경험을 종합하여 보면 대부분의 경우 현장관리자가 원하는 내용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서 즉시 적용이 가능한 정보이었다. 그러나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한 관리 기술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제한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15년 전의 잡초방제는 인력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으며 일당도 중년 여성의 경우 5,000원 이내 중년 남성의 경우 7-8,000원 정도이던 것이 이제는 30,000원을 상회하는 정도로 급속히 바뀌었다. 제초제나, 살균, 살충제 및 비료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여 이제는 선진국의 농자재와 비교하여도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급속한 발전에 부응하는 기초적인 이해와 종합적 적용능력의 향상은 다른 주변 여건의 변화에 못 미치지 아니 하였는가 생각된다. 전에는 제한 요인이 장비와 자재의 부족에 있었으나 이제는 제한요인이 기술력과 인력의 부족에 있지 않는가 생각된다. 복잡 다양해진 현대사회의 특성과 더불어 그린키퍼의 세계도 전과 같지 않은 많은 요소들이 그린키퍼들의 작업효율 및 의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린키퍼란 무엇인가?
전문가 집단만이 가치의 대가를 충분히 받을 세상이 우리에게도 다가오고 있지 아니한가? 테헤란로에는 많은 첨단 정보산업의 종사자들이 오늘밤도 불을 밝히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하여 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가 흘리는 땀의 양과 질이 그에 못하지 않을 진데 가치의 대가가 충분한지 생각해본다. 만약 충분하지 못하다면 그 이유가 사회의 구조에만 있는 것일까? 우리 그린키퍼들도 무엇인가 바뀌어야 할 것이 없겠는가? 현대사회의 특징을 보면 가치창출의 회전속도가 빨라지고 창출된 가치의 분배 또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에 그린키퍼가 골프들에게 더 좋고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면 골프장 사업의 이윤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그린키퍼에게도 돌아올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피상적인 각설은 여기서 그치고 우리의 진정한 관심사로 돌아가 본다.
우리의 관심은 건강한 잔디이다. 건강하다함은 매우 복합적인 개념이지만 매우 일반적이기도 하다. 건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월드컵 16강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것이 십여명의 건강한 축구선수 만의 업적인가? 모든 국민 염원과 지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에 외국 유명 감독의 기술까지 더해져서 가능하여지지 않았는가? 잔디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이 모두 갖추어졌을 때에만 건강할 수 있다. 그 요소들 중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을 하나 뽑으라 하면 필자는 어렵지만 잔디깎기를 선택한다. 이 작업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졌을 때에 밀도가 높고, 내 환경성과 내병성이 강하며, 사용으로 인한 훼손도 적고, 회복력도 빠른 잔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지면을 통한 여러 그린키퍼와의 대화 주제를 "건강한 잔디와 깎기"로 결정하였다.
잔디와 사람의 식사
사람이 하루를 버티고 일주일을 어려운 일 속에서 견디며 삼복더위를 견디고, 한달, 일년, 더 나아가서 일생동안 정상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뒷받침하여줄 기초가 무엇인가? 균형이 잘 맞추어진 식사일 것으로 생각한다. 적당한 운동 또한 빠질 수 없는 기초로 생각한다. 필자의 게으른 습성과 체계적이지 못한 식생활 습성은 나이 50이 채 못되어 당뇨란 성인병을 가지게 해 주었다. 지나치게 지방질이 많은 음식의 과다한 섭취, 필요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한 적절한 운동이 없는 생활은 필자의 몸을 용서 없이 망가트리고 말았다. 이를 깨달은 이후에야 적절한 식사와 운동의 불가피성을 알고만 것이다. 잔디 또한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잔디의 식사는 주가 광합성이다. 햇빛 에너지를 잔디 잎의 엽록체에서 당분으로 바꾸어 놓았다가 필요한 부위로 보내어 자라고, 견디고, 회복하는데 사용한다. 지나치게 질소비료에 의존함은 사람에게 성인병의 원인을 제공함과 같다. 우리나라 골프장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여건보다 훨씬 더 많은 사용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여건에 처한 우리 잔디는 과로와 부적절한 식사, 운동부족에 처한 현대인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 그린키퍼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의 당분을 공급할 수 있는 잔디상태를 확보하여 주는 것이다. 이는 주로 깎기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잔디깎기의 생리적 이해
잔디는 깎으면 귀중한 몸의 일부를 잃어버린다. 특히 잎의 상단부(잎몸이라고 함)가 깎기에 의해 절단되고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몸의 일부가 잘려 나가면 잔디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면적을 보충하려고 한다. 그래서 잔디잎의 생장이 급속하게 이루어진다. 이 속도는 길이로 보아 하루에 적게는 2-3mm 많게는 5-6mm 이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줄어든 잎면적의 복구를 위해 당분을 사용하게 되면 뿌리가 자람에 사용할 수 있는 당분을 소모하기 때문에 잔디뿌리의 생육은 일시적으로 중지하게 된다.
일단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면적이 복구되면 광합성의 양이 늘어나서 뿌리의 생장이 계속된다. 뿌리가 생장하고 있는 동안에는 뿌리의 끝에서 만들어지는 시토키닌이라는 식물 호르몬은 잔디의 지상부로 이동되어 잔디잎의 노화를 억제하고 왕성한 생장을 유지하게 아여준다. 그러나 또 잔디를 깎을 때가 되면 위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게 된다. 이와 같은 잔디깎기가 적절하지 못한 주기와 높이로 계속되면 뿌리의 생육이 부족하게 되고 또한 뿌리끝에서 제공되는 식물 호르몬인 시토키닌의 공급이 중단되어 잔디가 생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 여름철 그린의 경우 높은 토양온도로 인한 뿌리의 고사는 시토키닌의 공급 부족현상을 일으키고 지상부의 노화가 촉진되며 심한 경우 고사로까지 이어지는 현상과도 유사하다.
잔디를 왜 깎아야 하는가?
먼저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으나 그래도 한번 정리해 보자. 첫째 골프장의 티, 그린, 훼어웨이에서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이용을 위한 잔디의 기능이 있다. 티와 훼어웨이에서는 골프공이 잔디사이에 묻히지 않도록 바람직하게는 밀도 높은 잔디가 공을 받쳐서 공을 칠 수 있도록 잎으로 받쳐주어야 한다. 이 경우 골프공의 반 이상이 잔디사이에 감춰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티와 훼어웨이의 잔디 높이는 약 25mm 이상일 수가 없다. 그러나 잔디는 계속 자라기 때문에 가장 길 때도 30mm가 넘는 높이는 정상적인 골프장의 티와 훼어웨이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서는 20mm 전후의 깎기가 적용되고 있다.
둘째 이유로는 잔디의 밀도를 들 수 있다. 아무리 잘 관리된 잔디라 하여도 깎지 않는 잔디의 생물체는 잔디의 잎이 잘려나가지 않으면 새로운 잎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어 당을 소모함보다는 있는 잎을 활용하여 광합성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잔디는 생물학적으로 빛을 향하여 키가 커짐으로 잎의 아랫부분(잎집이라 함)이 길어져서 낮게 깎을 수 없는 형태를 가지게 된다. 잔디를 오랫동안 관리한 경험자들은 잔디깎기의 높이가 낮아질수록 밀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관찰했을 것이다. 그러나 초종에 따라 견딜 수 있는 깎기 높이가 달라서 깎기 높이에 따라 사용 가능한 초종이 달라질 수 있다.
셋째 이유는 잡초방제이다. 계속해서 깎아주는 상황에서 생장점이 깎기 높이보다 위에 있는 잡초는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잔디와 같이 생장점이 깎기 높이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경우의 잡초(바랭이, 새포아풀 등) 발생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잔디를 낮게 깎을 때 얻는 점과 잃는 점
잔디를 낮게 깎을 때 잔디 관리자 및 이용자에게 유리한 점은 밀도의 증가, 균일한 기능성 잔디면을 가질 수 있는 점과 일부 잡초의 문제가 적어질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불리한 점은 잔디 뿌리의 깊이가 낮아지는 점과 잔디의 당분 보유량이 떨어지며 일부 잡초의 발생 정도가 심해지는 점이다.
잔디깎기의 주기와 높이 결정방법
잔디를 얼마만큼의 간격으로 어떤 높이로 깎는가 하는 문제는 잔디관리자가 결정하여야 하며 일반적으로 큰 고민 없이 주어진 장비와 인력의 여건에 맞게 결정되어 왔다. 그러나 본 문제는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복잡하고 잔디의 건강상태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잔디의 깎기 높이는 초종의 유전적 특성과 이용 목적에 따라 결정이 된다. 그린의 경우 3-6mm, 티의 경우 8-15mm의 높이로 깎는 경우가 많으며, 훼어웨이의 경우 12∼25mm 높이로 깎는다. 이에 생리적으로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는 초종을 선정하여야 함이 깎기 후 건강한 잔디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벤트그래스는 3∼8mm, 퍼레니얼 라이그래스는 10∼30cm, 켄터키 블루그래스는 18∼40cm, 톨훼스큐는 30∼60mm가 적절한 깎기의 범위이고, 난지형잔디 중 하이브리드 버뮤다그래스는 4∼25mm, 버뮤다그래스는 12∼30mm, 중세엽 조이시아그래스는 8∼20mm, 중대엽 조이시아그래스는 12∼30mm가 적절한 깎기 높이로 필자는 생각한다. 위의 범위를 벗어난 깎기는 잔디를 매우 약하게 하여 병과 환경에 견디는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잔디 깎기의 주기는 잔디의 생장속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잔디의 생장속도는 온도, 토양 습도, 비료 투입양 등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년중 혹은 월중 깎기의 빈도가 매우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기 결정의 원칙은 전체의 1/3 이하가 잘려나가는 주기로 잔디를 깎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고급 골프장 잔디의 경우 30% 이내가 잘려나가는 원칙을 권장한다. 너무 주기가 짧을 경우에는 광합성 면적의 확보후 저장 당분의 생산 시간이 짧아서 뿌리의 생육을 저해할 염려가 있고, 너무 주기가 길 경우에도 매 깎기 후 저장 당분의 소모가 많고 밀도가 떨어질 염려가 있다. 깎기주기의 결정을 예를 들어 보면 하루에 길이로 4mm로 생장하는 조이시아 티의 경우 15mm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2mm까지 자랐을 때 15mm로 깎아주면 약 30%가 잘려나가는 경우이며 예지물의 평균길이가 7mm정도에 해당한다. 이는 2일 생장량에 조금 못 미치므로 최소 2일간격 혹은 주 4회 깎기가 생리적인 적정 깍기 주기이다.
그러나 생장여건이 더 빠르거나 늦을 경우 주기는 다소간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다. 훼어웨이의 경우 비배관리나 온도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일 5mm 생장하는 켄터키 블루그라스의 경우 20mm 의 깎기 높이를 유지하기 위하여는 30mm로 자랐을 경우 즉 깎기후 2일이 경과한 시점이 생리적으로 적절한 깎기의 시기이며 이때 예지물의 길이는 10mm를 초과한 경우 뿌리 생육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에 작업 여건과 장비가 위와 같은 깎기 주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시비와 관수를 조정하여 일 생장 속도를 3mm로 유지하면 3일 간격의 깎기가 적당할 수도 있다. 미국 골프장의 경우 생장조절제를 미량 사용하여 생장속도를 줄여주고 깎기 주기를 늘려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라프의 경우나 경사면의 경우 비료양의 조절이나 생장조절제의 적절한 사용등을 통하여 주기를 조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깎기 주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작업의 여건에만 의존하여 부적절한 깎기가 계속될 경우에는 지하부의 생육이 장기적으로 부실하게 되어 내건성, 내병성 등이 감소하고 조이시아그라스에 크게 문제되는 라지팻취나 한지형 잔디에 문제가 되는 브라운팻취등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잔디의 생육에 부적절한 시기에는 뿌리가 최대한 깊이 자라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적정 깎기 높이 범위내에서 높은 쪽으로 조정해 줌이 건강한 잔디를 유지함에 도움이 된다.
잔디깎기 기계의 조정과 잔디의 건강 : 골프장 잔디의 경우 대부분 릴모아를 사용하게 된다. 릴모아는 특성상 깎기 높이 범위에 따라 전용 장비의 종류가 다르다. 그린모아 높이를 지나치게 높여 깎을 경우에는 정상적인 깎기가 이루어질 수 없다. 릴모아는 고정날과 회전날로 이루어져 있으며 날앞의 로라 밑면을 기준으로 높이가 결정된다. 그러나 통의 크기와 날의 수에 따라 한번 깎을 잔디의 양이 결정된다. 남자들이 이발소에 가면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데 한번에 소량씩을 두 손가락에 끼고 가위로 자른다. 너무 많이 씩 잡고 자르면 머리카락의 길이가 같지 않아서 적당한 양을 한번에 잡고 자른다. 그래야 고르게 길이가 줄어들거나 늘어나서 보기가 좋게 잘려진다.
잔디도 마찬가지여서 회전날이 고정날을 지나가고 다음 회전날이 돌아올 때까지 통의 이동거리 내에 있는 잔디가 한번에 자르는 양이 된다. 잔디 깎기 장비의 진행속도가 빠르거나 회전날의 회전속도가 느려서 한번에 잘라야하는 양이 많을 경우 깎여진 잔디의 길이는 조금씩 다르게 되고 이는 위 잔디깎기 주기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과를 가져와서 미관상도 좋지 못하며 생리적으로도 부적합한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 깎기 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다음의 [그림1]에서 고정날과 회전날의 형태에 따라 잔디를 깎는 방식과 [그림2]에서 깎기 높이와 날 간 거리의 관계를 알 수 있는데 깎기 높이와 날 간 거리가 같도록 조정되었을 경우 가장 효과적인 깎기가 수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잔디 예지물의 처리 : 잔디 깎기후 예지물의 처리는 미관상의 이유 뿐만 아니라 생리적인 이유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본 내용의 전반부에서 언급한 내용 중 잔디의 식사는 광합성에 의한 당분의 합성이 주가 된다고 하였으며 깎기후 잔디면 위에 뭉쳐있는 예지물들은 광을 차단하여 부분적으로 광합성을 크게 방해한다. 스위퍼를 사용하여 예지물을 제거할 경우 태취의 축적정도는 줄어드나 투여 시비량을 다소간 상향 조정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잔디 예지물을 릴모아 진행방향의 앞쪽으로 분출한후 재 분쇄하여 잔디 사이로 돌려주는 형태의 장비가 사용되며 한지형 잔디의 경우 엽질이 분해에 유리하여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나친 태취의 축적은 여러 문제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어 적정 수준의 태취관리는 깎기와 연관하여 고려되어야 한다.
종합요약 : 이상과 같은 잔디깎기의 이해는 매우 기초적이며 간단한 원리에 의하여 이루어지나 현장에서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깎기 작업을 수행함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정확한 깎기 높이와 주기가 지켜질 경우에는 주어진 환경하에서 가장 건강한 잔디의 생육을 유도할 수 있고 특히 지하부의 생육이 양호해질 경우 내환경성 및 내병성이 우수한 건강한 잔디를 수요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린키퍼 또한 농업의 범주에 속한 서비스업임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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