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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그렇게 소리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인생은 연극입니다. 한편의 연극에는 극작가, 연출가, 무대장치를 만드는 사람, 조명하는 사람, 배우, 배우 가운데도 주연도 있고 조연도 있으며, 엑스트라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엑스트라의 가치를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천한 단역배우나 보조출연자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없으면 연극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초점이 맞추어지자, 다시 서울에 남을 힘과 용기를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세상사람들은 연극판에서 자신이 주연이 되기를 고집하고 희망합니다. 희망을 넘어 욕심을 부리기도 합니다. 물론 자기가 안되면 자식이라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다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실의에 빠지거나 삶의 의욕을 상실하기 마저 합니다. 왜냐하면 주연이 되기를 바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에는 엑스트라의 가치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이러한 속성을 꿰뚫어 보았던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남을 못알아 보는 것을 조심하라고 경고하면서 "비록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면 그는 군자가 아니겠는가?"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잘 다듬어진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은 골프장의 파란 잔디를 바라보면서 골프장 주인데 대하여는 찬사를 보내거나 부러워할 뿐, 그 잔디를 가꾼 이들의 노력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들은 페어웨이에 있는 벙커가 자신의 게임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만 하지 그것을 만든 설계가의 뜻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며, 골프장내에 있는 워터해저드나, 골프장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깨끗이 청소되어 정비된 길거리를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훨씬 이전에 그곳에 나와 청소한 사람들의 수고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과 같은 모습인 것이다.
한편 저는 때때로 텔레비전을 통하여 미식축구하는 것을 보곤합니다. 스포츠라는 관점에서보다는 삶의 진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미식축구선수들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종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체형에 있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날쌘돌이도 있지만 100킬로그램이 훨씬 넘는 뚱보도 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종목에서라면 전혀 먹혀들지 않을 몸매를 가진 선수들을 보게 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쿼터백이 있는 팀이라 하더라도, 공격에서 그와 보조를 맞추는 리시버가 없거나, 수비시에 상대의 돌진을 저지하는 역할을 도맡은 뒤뚱거리는 뚱보의 풀백이 없는 한 승리할 수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즉 미식축구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어 일체가 되는 팀만이 승리를 하는 것을 극명하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식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왜 사람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무실에서 쉴 때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 라디오를 켜서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음악을 들을 때에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의 소리들이 어우러지는 음악의 세계에 곧잘 비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에는 기악도 있고 성악도 있습니다. 독주나 독창이 있고 합주나 합창도 있습니다. 그런 모든 것을 종합하면 교향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의 기본이 개인이듯, 어떤 음악이든지 간에 그 기본은 소리입니다. 소리에는 높은 소리도 있고 낮은 소리도 있습니다. 가는 소리 굵은 소리, 가벼운 소리 묵직한 소리,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소리 등, 음악세계에서의 소리의 종류는 사람의 종류만큼 다양합니다.
그리고 음악은 그런 모든 소리가 어우러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높은 소리만 있거나 낮은 소리만 있어서는 음악이 되질 않는 것입니다. 특히 저는 학생시절에 훌륭한 웅변가가 되고자, 시골에서 살 때는 아침 일찍 마을 앞산에 올라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어댔었고, 서울에 와서는 주말이 되면 정릉계곡 숲속에서 그랬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의 저는 평상시에도 높은 소리를 비교적 수월하게 내지만 낮은 소리로 이야기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음악의 세계가 다양할 뿐 아니라 때로는 상반된 소리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상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음악을 이루고 있는 소리 하나 하나가 차지하고 있는 가치를 느끼고 감상하려고 노력을 경주합니다.
그래서 골프장을 갈 때마다 '골프장은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조형물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저는 골프장은 자연미와 인공미가 어우러져 있는 최고의 예술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때문에 골프장에 가면 단순히 골프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골프장을 가꾼이들의 손길과 그 정성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티잉그라운드에서부터 드루더그린을 지나 퍼팅그린에 이르기까지 전개되는 잔디, 돌, 나무, 물, 꽃 등의 배치와 생장상태 등을 일구어낸 관계자들의 뜻을 이해하고 감상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마치 음악의 세계에서 낯낯의 소리들이 차지하는 기차와 미식축구선수들이 침과 게임에서 차지하는 각각의 값어치를 이해하고 노력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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