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도 나인브리지 골프장의 훼어웨이에 크리핑 벤트그래스가 파종됨으로써 국내 잔디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욱 되었다. 국내 골프장의 훼어웨이에 한지형잔디 중에서도 하고현상이 가장 심하여 관리가 까다롭다는 크리핑 벤트그래스가 사용되기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로써 이제는 골프장의 잔디도 다양화시대에 접어들고 한지형잔디가 그 다양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골프장에서 그린 이외의 티나 훼어웨이에는 한국잔디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제주도의 골프장들은 당시 한국잔디 훼어웨이에 극심하게 발생한 라지패취 때문에, 용평CC는 푸른기간이 길고 고지의 서늘한 기후에 알맞는 초종을 훼어웨이에 선호하였기 때문에 켄터키 블루그래스를 주로 하는 한지형잔디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이후 진주CC는 퍼레니얼 라이그래스만으로 훼어웨이를 조성하여 사용해 오고 있으며, 곤지암CC는 상대적으로 해발고도가 낮아 한지형잔디의 생육에 다소 불리한 환경에 위치하고 있으나 원활한 배수를 위하여 토양을 개량하고 효율적인 관리기술을 통해 켄터키 블루그래스 훼어웨이를 현재까지 잘 관리해오고 있다.
이 이외에 무주CC, 휘닉스파크CC 등 한지형 잔디로 훼어웨이를 조성한 골프장들이 줄을 잇고 있고 근년에는 한국잔디 티와 그린 주변을 켄터키 블루그래스로 대체하고 있는 골프장들이 유행처럼 늘고 있다. 골프장은 아니지만 몇년 전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초종으로 한지형잔디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였다가 "한국의 월드컵 경기장에 한국잔디를 사용해야지 하고현상이 심한 한지형 양잔디의 사용이 웬말이냐?"는 등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경우가 있었으나, 현재 거의 대부분의 월드컵 경기장들이 한지형잔디로 시공한 것으로 미루어 이제는 한지형잔디가 하절기 하고현상 때문에 국내에서의 사용이 곤란하다는 말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다양한 잔디초종의 사용은 매우 바람직한 일로써 골퍼들에게는 한국잔디와는 달리 푸른기간이 길고 색상이 우수한 한지형 새로운 잔디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골프장 경영자측에게는 색다른 잔디를 도입함으로써 골프장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회원권의 분양을 순조롭게 도울 수 있으며, 그린키퍼에게는 한지형 잔디의 관리기술을 축적하여 그린키퍼 고유업역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한지형 잔디의 사용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그린키퍼로서는 한지형잔디에 대한 생육특성과 관리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습득하여 새로운 한지형 잔디관리기술 요구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몇가지 유념해 두어야 할 한지형잔디의 생육환경과 특성 중 몇가지 기본적인 내용을 문답식으로 여기에 적고자 한다.
첫째, 한지형잔디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고 한국잔디가 1년중 5개월 정도 푸른데 비해 한지형잔디들은 10개월 이상 푸르러 시각적 효과가 우수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티와 그린주변의 한국잔디를 한지형잔디로 교체하여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골프장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한지형잔디의 내답압성과 회복력도 한국잔디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한국잔디는 생육기간이 짧고 휴면기간이 길기 때문에 휴면기간 중의 이용은 잔디상태를 불량하게 하며 심하면 고사시키기도 하나, 한지형잔디는 반대로 휴면기간이 짧고 생육기간이 길어 답압피해에서 쉽게 회복하기 때뭉에 양호한 상태의 잔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지형잔디의 단점으로서는 역시 하절기의 하고현상에 의한 병발생 및 생육부진이다. 한지형잔디는 한국잔디보다는 이병성을 띠기 때문에 하절기에는 이에 대비 시비, 깎기, 관수, 약제방제 등의 양과 시기 등의 조절을 통해 잔디를 강건하에 키워야 할 것이다.
둘째, 한지형잔디의 형태적 및 생육특성은 모두 동일한가?
한지형잔디들의 형태적 및 생육특성은 잔디들간에 커다란 차이를 나타낸다. 여기에서 특성을 다 거론할 수 없으나 중요한 형태적 특성으로서, 질감은 톨훼스큐가 가장 거칙고, 켄터키 블루그래스와 퍼레니얼 라이그래스가 중간이며, 화인훼스큐류와 크리핑 벤트그래스가 가장 곱고 섬세하다. 생육특성으로서는 켄터키 블루그래스는 지하경(rhizome)으로, 크리핑 벤트그래스는 포복경(stolon)으로, 톨훼스큐 및 퍼레니얼 라이그래스는 분얼(tillering)로 각각 퍼진다. 또한 발아는 퍼레니얼 라이그래스가 가장 빨라 5cm 크는데 18일이 소요되고, 톨 훼스큐가 중간으로 27일이 소요되며, 켄터키 블루그래스와 벤트그래스가 가장 느려 각각 32일과 33일이 소요된다. 하고현상에는 켄터키 블루그래스와 톨훼스큐가 강하고 퍼레니얼 라이그래스, 화인훼스큐류, 크리핑 벤트그래스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 밖에도 그린키퍼들은 한지형잔디의 다양한 형태적 및 생육적 특성의 정확한 이해를 통해 한지형 잔디의 시공 및 관리기술을 축적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한지형잔디의 지리적 생육한계선은 어디인가?
우리나라에서 한지형잔디의 생육은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다. 즉, 우리나라의 압록강 중류에 접한 중국 집안시에 위치해 있는 고구려 광개토대왕능의 정원에 크리핑 벤트그래스가 자라고 있고, 제주도 골프장의 훼어웨이가 주로 켄터키 블루그래스 중심의 한지형 잔디들인 것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의 북쪽으로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한지형잔디들의 생육은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한지형잔디의 생육적온은 13∼20℃이므로 우리나라의 제주도나 남부지방의 저지대일수록 하절기의 하고현상으로 한지형 잔디의 생육이 불량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곳의 한지형잔디의 재배에는 토양개선이나 고도의 관리기술의 축적이 요구된다. 또한 경기장 한지형잔디인 경우, 원활한 생육을 위하여는 경기장의 지붕을 가능한 한 오픈하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여 채광과 통풍을 원활히 하고 비교적 하고현상에 강한 켄터키 블루그래스의 비율이 증가시켜야 할 것이다.
넷째, 한지형잔디의 생육에 가장 큰 제한인자는 무엇인가?
한지형잔디의 생육에 가장 큰 제한인자는 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올 봄과 같이 가뭄이 극심했던 경우, 한국잔디의 골프장들도 물 확보에 전쟁을 치루었는데 한국잔디보다 물을 훨씬 더 요구하는 한지형잔디의 골프장들은 어떠했을까? 잔디가 극심하게 말랐을 경우, 물을 주면 한국잔디는 어느 정도 깨어나지만 한지형 잔디들은 그대로 고사하고 만다. 그만큼 한지형잔디는 내건성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는 한지형잔디들이 있는데, 대부분 수분이 늘 풍부한 하천변이나 논둑에 군락을 이루는 것으로 보아 한지형잔디는 수분이 충분하여야 원활한 생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겨울철의 가뭄도 봄철 한지형 잔디의 고사의 직접적인 원인 중의 하나이다. 작년 봄에 많은 골프장의 그린상태가 불량하였는데, 그해 겨울가뭄이 주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골프장이라면 훼어웨이의 한지형잔디 사용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 부족과 함께 그 반대인 다습조건 또한 생육에 악영향을 끼치는 인자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텍사스와 같은 고온건조한 사막지역에서도 한지형잔디가 원활한 생육을 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그 동안 알고 있던 하절기 한지형잔디의 하고현상은 고온과 다습의 교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엄밀히 말해 고온보다는 다습에 더 기인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하튼 하절기 한지형잔디가 다습조건에 잠겨있어 병발생이 극심하고 여기에 고온에 의한 생육부진이 가세되면 잔디가 고사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하절기의 한지형잔디의 관리의 핵심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으나 잔디표면을 건조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 하절기 관리 핵심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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