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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원예학과 교수
골프장에서의 그린키퍼는 최고의 전문기술자로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코스설계와 화려한 클럽하우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내장객들의 만족도는 당연히 잔디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린키퍼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요사이는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으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린키퍼와 그 아래의 관리자들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한 것 같다. 이들은 일반 회사원들과는 다르게 휴일도 거의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근무를 하지만 봉급 수준이나 기타 복지수준은 매우 낮다. 이제는 학위도 매우 높아지고 있는데 말이다.
미국에서 내가 'Operation of Golf Courses'라는 학사과정 4학년 과목을 청강할 때의 일이다. 강사는 같은 잔디연구실의 연구원이자 학교 골프장 그린키퍼 출신의 Wallace Menn이라는 석사학위 소지자였다. 학생 수는 약 10명 정도였는데, 이들은 졸업 후 거의 골프장, assistant superintendent로 취직이 되고 수년간의 경력을 쌓은 후 다른 골프장의 superintendent로 가게 된다. 이들에게는 이 수업이 현실감있는 매우 중요한 수업이었다. 수업내용에는 잔디관리, 경기준비 등 기술에 대한 내용외에도 그린키퍼로서의 자질과 복장 등에 대한 내용도 있다. 항상 복장과 태도를 깔끔하게 하여서 자기의 신분을 격상시키라는 것이다. 사실 그린키퍼가 직접 작업을 하는 예는 별로 없기 때문이고, 오히려 윗상사들을 대하거나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얕잡아 보이지 않도록 절대로 구두에 흙이 많이 묻어있게 하거나 주름진, 땀내 나는 옷을 입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청바지를 입더라도 줄을 다려서 노동자 청바지 같은 인상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전부터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있다.
유능한 그린키퍼는 아랫사람들을 잘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즉 기술자이자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아랫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물론 젊었을 때는 많은 실제 경험을 쌓았어야 한다. 꾸준히 관련 세미나도 다니면서 정보를 얻어야 하고, 책도 많이 읽어서 최신 지식도 보완시켜야 한다. 한국잔디연구소에서 실시하는 그린키퍼학교에 강사로 나가게 되면 나는 항상 그린키퍼로서의 품행과 자부심에 대하여 강조한다. 누가 무어래도 그린키퍼들은 최고의 기술자이므로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부심을 자만심과는 전혀 다르다. 자부심은 겸손한 자세 속에서 더욱 많은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작업의 성과는 본인의 노력과 자기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하여 천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항상 즐겁게 업무에 임할 때 작업의 성취도는 자연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경에 보면 '사람이 자기 일을 즐거워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나니 이는 그의 분복이라' 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사실 회색도시 속에 살고 있는 불쌍한 현대인들과 골프장처럼 태양과 잔디, 수목 같은 좋은 환경 속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그린키퍼하고 비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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