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필드(Green field)
듣기만 해도 시원해지고, 뒹굴고 싶어지는 곳이 그린 필드이다. 넓고 넓은 잔디밭에 맑은 이슬이 맺혀 아지랑이와 함께 물방울이 떨어질 듯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다. 컴컴한 세상을 밝히고 붉은 태양이 그린에 키스하듯 떠오르는가 하면, 무차별하게 내려 죄는 다가운 햇살에 맺혀 있던 이슬방울은 간곳 없고, 생생히 활기차게 솟아오르는 잔디를 보다가도 해가 서산에 떨옂 주위가 어두워지면 "그린"은 잠들 준비로 마냥 조용해진다. 미국 가요에 나오는 "그린 필드(Green field)" 노래의 한 장면이다. 자주 밟는 그린 필드지만 골프화를 신고 골프를 치다 보면 "삭-삭-"하는 잔디 밟는 소리와 함께 가슴속 깊이 침적되어 있던 온갖 공해 찌꺼기들을 후련히 토해내 버리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노라면 순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화로운 행복감을 맛볼 수가 있다. 단 몇분간이라도 숨을 쉬지 못하면 인생은 끝나는 것인데 그 귀중한 것을 마음껏 부담없이 누구나 자유로이 마실 수 있는 이 값비싼 "그린필드"의 신선한 공기를 값으로 따지자면 얼마나 될까? 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가 없을 것이고, 세상의 종말과 함께 라야 없어지지 않을까? 그렇다 이 귀중한 공기를 생성하는 곳이 "그린필드"이다. 골프장의 그린필드는 골프장의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지만 또한 우리 인생의 전부와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생명수인 것이다.
명문골프장은 그린키퍼 손에 달렸다.
축구경기에서 골키퍼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골프장에서도 그린키퍼의 역할은 그 골프장의 사활에 걸려 있는 중요한 기본 요소이다. 아무리 클럽하우스가 궁전 같고, 골프장 주변이 황홀한 정도로 치장이 잘 되어 있다 해도, 또한 우수한 두뇌의 운영자일지라도 그 골프장의 평가는 그린의 상태가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골프장의 설계는 설계자의 의도에 다라 달라질 수가 있어 옛날의 골프장과 새로 신설되는 골프장의 모양새가 점점 변화되고 또 발전되어져 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의 골프장이 새로운 골프장 보다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티잉 그라운드의 모양새나 훼어웨이의 상태, 그리고 그린의 크기와 언듀레이션(굴곡)의 모양새가 변화되고 있으나, 골프장의 기본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예를 들어 티잉 그라운드 중심에서 드라이버의 샷이 볼이 떨어지는 IP지점은 220미터로, 첫번째 좌,우 벙커가 가로 놓여 있는 것이 통상이다. 만일 벙커가 티잉 그라운드에서 100미터 혹은 300미터 지점에 놓여 있다면 그 벙커의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골프장의 설계는 골프 규정에 허용된 볼의 비구거리와 골프장비는 엄격한 규격하에 제작된 것이기에, 만일 볼의 비거리가 누구에게나 쉽게 300미터를 나르게 된다면 전 서계 골프장이 새로이 건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 볼과 골프채 그리고 골프장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오늘날 골프장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프장의 기본원칙이 같다지만 골프장마다 변화무쌍한 모양의 특수한 관리는 그 골프장의 그린키퍼의 몫인 것이다. 코스를 쉽게 혹은 어렵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 그린키퍼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코스의 구성을 "골프코스의 셋팅"이라고 하는데 티잉 그라운드의 티 마커 위치에 따라 선수들의 코스 공략이 바뀌고, IP지역을 통한 훼어웨이의 넓이나 풀의 길이에 따라, 혹은 러프지역의 풀의 길이와 상태에 따라 선수들의 코스 공략이 달라지게 되어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이르는 스루 더 그린(Through the Green)에 이르는 공간의 벙커나 연못 등 해저드의 상태 등을 어떻게 셋팅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골프 코스로 만들어질 수 있으며, 참가한 선수들의 수준에 따라 이들이 코스관리자의 의도하는 대로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인 "코스 셋팅"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정상적으로 잘 친 볼이 훼어웨이에 떨어지고, 조금 잘못 친 볼이 러프에, 더 잘못 친 볼이 해저드에, 그리고 최악으로 잘못 친 볼이 OB에 떨어지게 된다. 골프코스 설계에는 러프에 떨어진 선수는 0.5 스트로크, 해저드에 떨어진 선수는 1 스트로크, 그리고 OB로 나간 선수는 1스트로크에 반드시 원위치에 가서 쳐야 되는 "거리의 벌" 등을 받겠금 공평하게 규정되어 있다. 한국의 많은 골프장에서는 깊은 러프에 볼이 떨어졌는데도 풀을 전부 짧게 깎아버려 "파 하는데 지장이 없다"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는 것은 그 코스는 잘못된 셋팅인 것이다.
기술은 과감히 오픈되어야...
20여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의 그린키퍼는 어깨 너머로 혹은 독학으로 습득한 제한된 지식으로서 그린키퍼의 직책을 맡고 있던 옛날 분들이 많이 있었다. 본인의 지식도 제한된 것이지만 그나마도 남에게 가르쳐 주질 않고 자기만의 비밀로 코스를 관리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그린키퍼는 고등교육은 물론 전문교육과 실습을 통해 잘 익힌 "엘리트"들이 그린키퍼를 맡고 있으므로 오늘날 한국 골프장의 그린의 관리가 세계 수준에 도달되어 있음을 감사히 생각한다. 지식은 남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기의 지식을 창출할 수 있으며, 또한 지식은 나날이 발전하는 새로운 학문의 도입과 상호 기술 정보 교환은 필수적인 것이다. 또한 사람은 일정한 일과가 끝나면 자유로이 휴식을 취하게 되고, 잠도 자게 되지만, 잔디는 하루 24새간 쉴새없이 자란다. 잔디는 비가 적게 와도, 많이 와도 걱정이고, 날씨가 더워도, 추워도 걱정이다. 그린키퍼는 항상 그린에서 눈을 떼어서는 안된다. 숙련된 그린키퍼는 잔디와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식물도 인간처럼 모든 감각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노래도 들을 줄 안다고 한다. 골프는 푸른 잔디와 그린이 전부인데, 클럽하우스 등의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잘 가꾼 그린 없이는 명문 골프장은 없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골프장에서 "그린휘"가 입장료의 명칭으로 물리지 않는가? 그린키퍼의 자질과 위상, 그 위에 존재가치를 높이는 것은 그린키퍼 자신들에게 주어진 몫인 것이다. 그린키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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