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뒤로 미루고 일정대로 시내 관광길에 올랐다. 정돈된 주택과 숲이 잘 어우러진 베버리 힐스, 스타들의 산실인 헐리우드의 야외음악당과 보도블록에 스타들의 싸인이 새견진 차이나씨어터 등을 돌아보면서 복잡하지 않지만 호기심어린 눈으로 때로는 평생의 추억을 새기려는 듯한 관광객들의 틈에 내가 서 있는 모습이 짧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특히 베버리힐즈의 창조된 조경공간 속에 삶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스며있는 고급주택을 보면서 조경공간 창출의 새로운 가치를 느꼈다.

시차적응의 스트레스는 다음날 LA근교에 있는 PELICAN HILL CC에서 견학겸 라운딩하면서 모두 풀렸다. 이 골프장은 국내에서도 벤치마킹 대상 골프장으로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유명한 Tom Fazio가 설계한 코스로 1998년 Golf Magazine에서 골프코스 Top 100에 선정된 명문코스로 유명하다. 이러한 골프장에서 내가 Play한다는 것이 대단히 마음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클럽하우스는 어느 소도시 근교의 골프장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없었으나 한 홀 한 홀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즐거움과 감탄을 숨길 수 없었다.

완만한 언덕에 배치된 홀은 태평양의 광활한 수경관을 옆에두고 낮은 계곡과 풀섶과 관목숲에 싸여있고, 플레이하는 홀 외에는 다른 홀이 잘 보이지 않도록 배치되어 다음홀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잘 조형되고 정돈된 그린과 페어웨이, 한 번 빠지면 헤쳐나오기 힘든 러프는 플레이어의 긴장을 붙들기에 충분하였고, 특히 그린 주위에 배치된 벙커는 하자드의 기능을 잠시 잊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홀간 긴 이동 동선, 유일하게 딱딱한 맨땅으로 조성된 티잉그라운드 진입통로의 아쉬움은 그리 기억이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한 번의 라운딩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기에는 무리였지만 홀을 조성하고 운영, 관리하는 우리의 역할에 비추어 기회가 주어지는대로 여러 번 견학해도 배울 것이 많은 코스라 생각된다.
이번 여행의 테마인 세미나 및 장비기자재 전시장은 예전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성의있는 준비와 복잡하지 않은 관람객 동선으로 많은 사람ㅇㄹ 수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전시장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을 국내 골프장 코스관리에 필요한 기자재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보냈다.

일본 미국등 여러 차례 이런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필요하다고 수집한 카다록 및 자료들을 귀국하기전에 폐기처분하는 경험이 있고 또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이번에 수집한 자료에 대한 활용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수입 또는 생산불가능한 자재일지라도 미국에서 쓰는 재료의 성분, 함량의 비율, 사용시기, 장소, 방법 등을 참고하여 검토하면 국내 사용 가능한 자재에 응용을 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쉬움이 있다면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하여 진정 필요한 관리정보를 접하지 못하여 반쪽 견학이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많은 그린키퍼와 장비담당자 경영자들이 이번 전시회에 다녀가면서 취득한 자료와 정보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러한 정보들이 교류되지 못하고 사장된다면 실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그린키퍼협회에서 사업의 일환으로 이러한 세계적인 행사에 능력있는 인재를 파견하여 골프장과 관련된 경영 및 코스관리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하여 현장관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인터넷싸이트를 통하여 외국골프장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시대이기는 하나 현장을 직접 견학하여 피부로 느끼며 얻어지는 현장감각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외국의 유명한 골프코스를 견학하면서 좋은점을 배우려고 많은 노력과 기대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관리한 코스가 외국코스보다 품질이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그린키퍼는 별로 없을 것이다(특히 부분적으로 관리항목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선진코스를 견학해야 하는 이유는 골프장운영 컨셉의 차이에서 오는 경영과 관리품질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함이 아닐까?
골프장 오너의 경영마인드에 의하여 코스의 가치와 품질이 결정되어 진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골프장에 관여하는 모슨 사람들이 코스관리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그린키퍼의 능력도 향상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7박 8일 긴 여정의 피로는 잊어버리고 수집한 자료가 현장관리자들에게 필요하도록 정리 보완하고 배포하는 일만이 남은 것 같다.